올해 초 CES에서 들어본 Bower & Wilkins (B&W)의 새로운 헤드폰인 P5의 인상은 매우 강했다. 15년이 넘어간 B&W matrix 801의 소리를 너무 좋아하기때문에 B&W의 제품은 언제나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하지만 아이팟용 스피커인 제펠린의 소리는 실망스러웠고, (제한된 공간에서는 괜찮다던데..) B&W는 고급 라인에서나 쓸만한가 싶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헤드폰 P5의 소리는 잠깐 들어본걸로는 꽤 괜찮아 보였다.

아직 국내 출시 전이지만 (코앞인것 같다..) 외국에서는 이미 출시되었고, 기다리다 못해 미국의 지인에게 부탁해서 하나 구매, 배송받았다. (아이패드 세관 통과 문제가 이슈가 되어서 내심 걱정했는데, 그냥 무난히 도착했다. 생각해보니 전자파 인증 대상도 아니어서 기우였던것 같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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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관
그동안 봐왔던 거의 모든 헤드폰의 헤드는 원형이었다. 그에 비해 P5의 헤드는 사각형이라 처음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꽤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처음 CES에서 봤을때엔 디자인이 제일 싫었는데, 이젠 꽤 괜찮아 보인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부분이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것 같다. 그 외에 전체적인 마감등은 매우 미려하고 깔끔하다. 그외에 무게는 손으로 들면 꽤 느껴지지만 머리에 착용시엔 그다지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 착용감
귀가 닿는 부분의 양가죽패드는 정말 부드럽다.. CES때엔 소리에 집중해서인지 패드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받아서 실제로 사용해보니 양가죽패드의 부드러움은 정말 좋은것 같다. 하지만 Noise Isolation을 위해 (Noise Canceling이 아니다.) 귀 위에 밀착이 되다보니 나처럼 안경을 쓰는 사람이 장시간 착용시 약간 불편함을 느낄수 있었다. 20-30분정도 착용하면 한번 만져서 귀를 좀 쉬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또한 패드가 귀에 밀착됨으로 인해 커널형 이어폰을 사용했을때와 같이 약간 먹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커널형 이어폰보다는 그 정도가 훨씬 약해서 그다지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대신 외부 소음은 정말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출퇴근시간에 각각 1시간씩 사용해본 경험으로는 조금 덥다..ㅡㅡ 여름이 다가오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꽤 많이 더울지도 모르겠다.. 대신 겨울에는 따뜻할것 같다..^^


3. 편의성
아이폰/아이팟용 리모콘이 지원된다. 이건 아이폰 유저에게 큰 장점이 될것 같다. 리모콘 외에도 리모콘이 달리지 않은 케이블도 제공한다.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케이블을 바꿔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패드도 자석으로 쉽게 교환이 가능하다. 또한 3.5파이잭-55잭으로 사용 가능하게 하는 어댑터도 함께 제공한다. 또한 천으로 된 케이스도 제공한다. 자석으로 고정되고 전면에 Bower & Wilkins라는 로고가 붙어있는데, 꽤 괜찮아 보인다.


4. 음질
음질은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내가 전에 주요 사용하던 이어폰은 B&O의 A8과 애플 뉴인이어였다. 사무실에서는 주로 A8을 사용하고 출퇴근시에는 뉴인이어를 사용했다. 좋아하는 음색은 정직하고 맑은 소리를 좋아한다.  

먼저 풍부한 베이스는 따스하게 느껴졌다. 처음에 언급한 아이팟용 스피커인 제펠린에게서 느꼈던 실망은 베이스가 풍부하다 못해 방만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베이스가 너무 방만해서 전체적인 소리를 흐트러 놓았다. (제한된 공간에서는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P5의 베이스는 충분히 울려주면서도 적절하게 잡아주기도 하였다. 특히 다크나이트 OST중 Why so Serious 를 들을때 중간에 초 저음이 울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 전에는 그부분이 그냥 아무 소리도 없는줄 알았으니 P5로 들으니 초 저음이 가슴을 둥둥 울려주는 부분임을 알수 있었다. 그만큰 저음에 대해서는 정말 좋았다.

해상도는 매우 선명했다. 애플의 뉴인이어도 그렇고 B&O의 A8도 그렇고 해상도가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P5를 들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P5의 해상도는 정말 탁월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말 없었는지를 듣고 있으니 기타 스트로크가 하나하나 다 생생하게 느껴진다. 보통 해상력이 좋으면 소리가 날카롭거나 웅장함이 떨어지는게 보통인데, P5는 날카롭지도 않고 웅장함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Gil Shaham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크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면서도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보컬의 목소리는 조금 뒤로 물러났다. 사라 브라이트만이나 안드레아 보첼리, 파바로티의 성악곡을 들으면 보컬이 약간 물러나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 그보다는 악기가 더 앞으로 나와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보컬의 목소리가 약간은 묻히는듯 했다. A8로 다시 들어보니 그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부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것으로 예상한다.

고음은 맑고 청아하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맑은 음색을 그대로 잘 표현해 준다. 

전체적인 음색은 매우 플랫하게 느껴졌다. 베이스가 좀 크다고 느껴질수 있을것 같지만, 결코 거슬리지 않는다. 고음은 맑고 청아하게 쭉쭉 뻗어주고, 악기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있다.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드럼의 탐 소리도 그 울림이 전해져 온다.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면 울림이 소음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차음성이 좋아서 그 울림이 충분히 전해진다.

공간감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A8보다 더 가깝게 들린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들으면 장기하가 마치 귀 바로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 하다. 하지만 울림까지도 섬세하게 잘 표현하다보니, 울림이 좋은 홀에서 바로 귀 옆에서 연주하는 느낌이다. 

나는 헤드폰 앰프를 따로 사용하지 않는다. 귀찮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이동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 Styleaudio의 Carat-Peridot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서 물려서 한번 들어보았다. 소리가 조금 더 탄력있고 탄탄해진 느낌이다.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지 않았을때의 소리도 만족스러웠는데, 그보다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 왔다. 소리가 더 쫀득쫀득해졌다고나 할까.. 어쨋든 분명히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래도 여전히 헤드폰 앰프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5. 총평
299달러라는 가격에 세금까지 하면 330달러정도에 구입할수 있는 헤드폰으로는 정말 훌륭한 음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 애플스토어의 평도 매우 좋다. 39명의 평가에 별표 4.5개면 믿을만한 좋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가격은 52-3만원정도가 될거라고 한다. 50만원이라는 가격은 조금 부담된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헤드폰, 이어폰중 가장 비쌌고, 그만큼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만족도도 매우 놓다. 다만.. 다가오는 여름을 생각해보면 더운 여름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고민이 좀 된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약간 불편한 착용감과 조금 묻히는 보컬의 목소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