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사용기를 중간 정리하는 글입니다.
내용이 많이 긴 만큼, 음료수 한 잔 옆에 두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원문링크: 왜 맥을 쓰는가? - 2달 뒤.

맥을 접하면서 느낀 점들을 기록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시작한지도 두 달이 지났다. 대놓고 맥 매니아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다른 모든 기술처럼, 맥도 완벽하지는 않다) 지금은 맥이 너무 좋아졌고, 정말이지 열성적으로 맥을 사용하는 중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까지 맥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

난 1984년부터 DOS 프로그래머로 활동해왔고 1992년부터는 윈도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맥은 정말 싫어했고, 내가 활동하는 포럼의 아바타는 9개월 전 까지만 해도 John Hodgman이었다. (맥 광고의 그 PC 아저씨 기억하시는가?)


지금은 맥 사용하는 것이 정말로 즐겁고 내 전용 OS도 윈도우에서 맥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뭐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

사용자 인터페이스 (User Interface)

맥의 가장 큰 매력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즉 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란 사용 편의성(usability), 시스템 통합(integration), 그리고 미적 감각(aesthetic)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

편의성 입장에서 맥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큰 특징은 메뉴나 옵션이 처음부터 모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맥용 프로그램은 단순한 메뉴만 보여주는데, 그 탓에 나는 처음에 OS X가 매우 단순한 OS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만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상의 더 많은 메뉴와 옵션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페이스 개발자들이 단계적 공개(progressive disclosure)라고 부르는 이 형태는 내가 볼 때 아주 깔끔하고 잘 정리된 방식이라 생각한다.

OS X에서 메뉴를 열어둔 상태로 Option key를 눌러보자. 그럼 메뉴의 내용이 바뀌면서 숨어있던 추가 메뉴들이 드러난다. Command key 단축키 조합들도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며 특히 글자 입력할 때 유용하다. 키보드에 없는 특수 문자를 입력하고 싶을 때 몇 가지 키 조합을 알아두면 정말 유용하다. 예를 들어 Option-E를 누른 다음 E를 누르면 é 가 나오고, Option-A로는 á가 만들어진다. 등록상표 마크 ®이 필요하다면? Option-R 누르면 된다. 윈도우에서는 Alt를 누른 상태에서 0174 을 입력하거나 메뉴에서 기호 항목을 선택해야 한다.

Option과 Alt 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은 윈도우와 OS X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Alt key의 주 용도는 메뉴를 선택하는 단축키(mnemonics) 역할이다. 나는 OS X에 이 역할을 하는 key가 없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거의 모든 작업을 키보드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막상 대화창을 열어야 하는 경우(환경 설정 등)에는 꼭 마우스를 잡아야 한다. 반면 윈도우에서는 설정이나 제어판을 이동할 수 있는 단축키나 키 조합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OS X에서도 거의 비슷한 동작을 할 수 있는 단축키 조합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Alex라는 분이 Lowe Tech Labs 사이트에 올려둔 짧고 훌륭한 글이 있는데, 환경 설정 – 키보드 – 키보드 단축키 항목으로 가보면 모든 조작을 키보드로 할 수 있게끔 설정할 수 있다. Alex는 이 기능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동영상도 만들었다. 아직 내 입맛에 맞는 조합은 찾지 못했지만, 최소한 이젠 키보드로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다.

맥을 직접 써보기 전에는 오른쪽 버튼이 지원은 되는건지 장밀 의심스러웠다. 한때 모든 맥용 마우스가 원버튼인 시절이 있었는데, 버튼이 2 개 이상인 마우스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아는 나에게 있어 이런 면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맥에서도 우측 클릭을 지원하고 또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그리고 내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로지텍 마우스는 버튼이 5개이다.

OS X는 미적으로 정말 디자인이 예쁜 OS이다.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Dock의 3D 형상이나 윈도우의 표면 질감 처리는 정말 깔끔하다. 작은 디테일에도 세심한 배려가 들어간 OS라는 느낌이 든다. Disk Utility는 빼먹고 작업한 것 같지만. 이런 면에서 Windows Vista도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OS X와 같은 미려한(crisp)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시스템 통합적인 면에서 맥의 drag and drop 지원은 놀라운 수준이다.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것이 좋은 예가 될 듯싶다. 내 블로그에 소개되는 제품들의 사진을 올린다고 하자. 필요한 사진을 웹 페이지에 클릭해 바탕화면에다 끌어다 놓는다. 그 다음 Blogger에 글을 쓸 때 사진 삽입 버튼을 누른 다음, 사진 찾는 대화창의 ‘파일 선택’ 버튼 위로 바탕화면의 사진을 가져가면 된다. 바탕화면 폴더를 찾느라 돌아다닐 필요가 없고, 따로 사진 저장하는 폴더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성능 (Performance)

OS X는 2.2GHz 맥북에서도 매우 빠르다. 2 kg도 안 되는 노트북답지 않게 대부분의 작업이 빠르게 돌아가고,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이런 속도를 느낄 수 있다. 잘 쓰여진 프로그램들은 – 맥에 번들된 애플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 정말 잽싸게(snappy) 돌아간다. 찾기 힘들어서 그렇지 가끔씩 완전 기어가는(dog-slow)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봐서 코드를 엉터리로 짜는 것도 가능한 것 같다.

맥을 처음 열고서 일단 사파리부터 써보자고 맘먹었다. 하지만 사파리는 웹 개발자인 나에게는 저주와 다름없었던 프로그램이고, 과연 제대로 쓸 수나 있을런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사파리는 엄청나게 빠르다. 글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웹페이지를 보여주고, 크고 복잡한 테이블도 빠르게 그려낸다. Firefox와 Opera도 설치하긴 했으나 여전히 내 기본 브라우저는 사파리이다. 여전히 사파리가 기본 브라우저로 남아있다는 점은 내 컴퓨터에게 있어서 아마도 가장 충격적인 사실일 것이다.

성능 저하를 체감하게 되는 유일한 경우는 비디오 파일을 열 때다. 맥북은 맥북 프로와 달리 전용 그래픽 카드가 없으며, 따라서 플래쉬 기반 프로그램이나 비디오를 돌리면 CPU가 좀 고전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한꺼번에 여러 프로그램을 돌리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내 컴퓨터 화면에는 탭이 6개쯤 열린 사파리, Mail, TextMate, Adium, 그리고 NetNewsWire가 거의 항상 떠있다. 거기다 종종 VMWare Fusion으로 윈도우 XP를 띄우는데, 그래도 전부 잘 돌아간다.

나에게 ‘성능’이란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맥북의 부팅 속도는 굉장히 빠르지만 그나마 자주 재시동하는 편도 아니다. 왜냐하면 맥의 잠자기 기능이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윈도우 노트북을 수없이 써왔지만 제대로 잠자는 건 본 적이 없다. 노트북을 재우려고 뚜껑을 닫았다가 나중에 열어보면 잠자기가 안되서 배터리가 방전되었거나, 아니면 잠자기에 들어가면서 재부팅을 하는 바람에 결국 다시 재부팅 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두 달 동안 맥북을 사용하면서 잠자기로 문제 생긴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노트북을 닫으면 잠자기에 들어가고 거의 전원을 쓰지 않는다. 전원을 뽑고 하룻밤을 놔 뒀는데 배터리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었다. 다시 노트북을 열면 2초 안에 모니터가 켜지고, 5초 정도면 네트워크 연결까지 완료된다.


호환성 (Compatibility)

아직 모든 일을 맥에서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 특히 프로그램 개발 – 가끔씩 윈도우를 사용해야 한다. VMWare Fusion을 사용하면 Windows XP로 Microsoft Visual Studio를 실행할 수 있는데 속도가 정말 훌륭하다. Unity mode를 사용하면 맥의 바탕화면에서 윈도우 프로그램을 띄울 수도 있다.


이동성 (Portability)

맥북은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환경을 제공한다. 밝고 큰 화면, 타이핑하기 좋은 키보드, 내장 DVD 레코더에 저렴한 가격까지. 충분한 배터리 수명과 앞서 말한 잠자기 기능 덕분에 맥북은 언제든지 들고 나갈 수 있다.

애플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사소한 기능들 역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자석식 전원 코드의 경우, 지난 번 부모님 만나러 캘리포니아에 갔을 때 아버지가 테이블을 돌다가 전원 코드에 걸려버렸는데 뭐 하나 떨어지는 일 없이 그냥 코드만 쏙 하고 빠졌다.

대부분의 맥북 표면은 여전히 하얀색이지만 손목 받침 부근은 슬슬 벗겨지고 있다. 심한 건 아니지만 눈에 뜨일 정도다.


프로그램 개수 (Software Availability)

지난 두 달 동안 설치해 본 프로그램이 약 50개 정도 되는데,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커버하는 엄청난 양의 프로그램이 나와있다. 그 동안 윈도우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대체할 만한 소프트웨어를 찾아 다니면서 iStat Menus, CSSEdit, Pixelmator, VLC 등등의 프로그램도 알게 되었다.

OS X에 번들된 프로그램들을 보면, 특히 iLife 08 같은 경우, 박스에서 꺼내자 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다. iPhoto를 쓰면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Picasa에 대한 아쉬움을 떨칠 수 있었고 요즘은 iMovie 쓰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Windows Movie Maker가 좀 더 쓰기 편한 것 같다.

OS X 번들 프로그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타임머신이다. 매 시간 백업 하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으며, 간단한 설정으로 백업이 된다. 그리고 내가 아무 짓 안해도 알아서 된다. 컴퓨터가 내 일을 알아서 다 해 준다는 거, 정말 멋지지 않은가.


아쉬운 부분들 (The Compromise)

PC에서는 내가 원하는 하드웨어를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 맥에서는 폐쇄적인 정책으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Mac OS X의 최종 사용자 계약(EULA)을 어기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애플에서 지원하는 하드웨어만 써야 할 것이다. 물론 하드디스크나 메모리는 다른 회사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신형 마더보드나 CPU, 그래픽카드 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하드웨어가 정말 잘 돌아가고 호환성 문제로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 폐쇄적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맥 구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게 내가 맥을 쓰는 이유다.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맥은 멋지다. 그렇다고 책상 위의 XP PC나 Vista 노트북, Ubuntu 워크스테이션이 싫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이전처럼 자주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이제는 맥을 탐험하고 맥 프로를 구입할 계략을 꾸미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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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으로 스위칭 하기 전의 아바타가 John Hodgman이었다는 이야기가 너무 웃기네요..^^
전체적으로 정리를 잘 한듯 합니다..
좀 길었지만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을것 같네요..^^


하드코어 PC 광의 맥 사용기는 애플포럼의 해든나라님께서 번역해주신것을 가져오고 있습니다..